범죄, 사고라는 것이 항상 예상되는 방향이나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학생의 빰을 한 대 쳤는데 죽었다면 이를 살인죄라고 할 수 있을까요?
때리기만 할려고 했는데, 피해자가 도로로 도망가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성폭행을 하려고 했는데, 여성이 적극 반항하면서 창문에서 뛰어내린 경우 강간치사가 인정될 수 있을까요?



무죄 판결이 나온 이유는?


위와 같은 문제를 형법에서는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 의 문제라고 합니다.

여기서 인과관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과관계와는 뜻이 조금 다릅니다.
'일정한 선행사실이 없었다면 결과도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것 이다' 라는 논리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순수하게 법적 가치판단에 속하는 개념 입니다.

판례는 인과관계의 판단을 주로 사회생활상 일반적인 생활경험에 비추어 
행위와 결과 사이에 '개연성' 이 있을 때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상당인과관계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결과를 행위자의 행동에 객관적으로 귀속 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 처벌유무를 정하는 것 입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자칫 잘못한 것 보다 더 많은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선생님이 아이를 정상적인 훈육을 하다가,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해도
이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을 것 입니다.


[96도529]
다시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때리고 발로 배를 수회 차는 등 폭행을 하므로 피해자는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도로 건너편의
추어탕 집으로 도망가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은 이를 뒤따라 도로를 건너간 다음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고
얼굴 등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고, 이에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다시 도로를 건너 도망하자 피고인은 계속하여
쫓아가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등을 구타하는 등 폭행을 가하여 전치 10일간의 흉부피하출혈상 등을 가하였고, 피해자가
위와 같이 계속되는 피고인의 폭행을 피하려고 다시 도로를 건너 도주하다가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상해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 피해자가 계속되는 피고인의 심한 폭행을 피하려고 도로로 건너 도주하다가 차량에 치여 사망한 경우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례 [상해치사]

[95도425]
피고인이 자신이 경영하는 속셈학원의 강사로 피해자를 채용하고 학습교재를 설명하겠다는 구실로 유인하여 호텔 객실에 감금한 후 강간하려 하자, 피해자가 완강히 반항하던 중 피고인이 대실시간 연장을 위해 전화하는 사이에 객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다가 지상에 추락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강간미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 피해자가 강간을 피하려다가 창문으로 뛰어내린 경우 인과관계를 인정한 판례 [강간치사]

[82도1446]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집에 돌아가 음독자살하기에 이르른 원인이 강간을 당함으로 인하여 생긴 수치심과 장래에 대한 절망감 등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자살행위가 바로 강간행위로 인하여 생긴 당연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강간행위와 피해자의
자살행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 강간을 당한 후에 수치심으로 자살한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부정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15세의 이군이 A양을 성추행 하고 떠났는데, A양이 직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잃은 사건 입니다.
재판부는 절도 및 성추행만 유죄를 인정하고, 강간치사는 인과관계를 부정하여 무죄를 내렸습니다.

즉, 가해자가 성추행 중에 피해자가 죽었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 입니다.





우리는 이 사회에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분명 기존 판례와 학설에 부합하는 판결이었지만, 씁쓸하고 안타까운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이군이 받은 형량은 최대 2년의 징역,
복역 1년6개월 이후에는 태도와 반성하는 정도 등을 감안해 조기 출소할 수도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너그러운 판결이 나온 것 이죠.

14세 어린 소녀의 목숨의 대가가 2년이라니...
술 한잔 먹고 취하고 싶은 날 입니다.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