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2011. 2. 1. 07:30

"이명세 감독 영화를 다시는 안본다"
"뭐야, 이게 영화야?"
"돈 버렸다, 그냥 지금 나가자"


살면서 상영중간에 사람들이 이렇게 나가버리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10번 이상 본 것도 역시 처음이었다.






그럴만하다. 영화 표지에는 강동원, 이연희, 공효진 등 인기최고의 배우들의 모습,
단지 슬픈 로맨스 영화를 기대한 젊은 관객들은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초반은 어지럽다. 구토가 난다. 주인공 민우처럼 정신과 의사가 주는 푸르작이라도 먹고 싶은 심경이다.
여기에 M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혼자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다.

미용실 이름인 모나리자(Mona Lisa), 영화 주제가인 안개(Misty), 괴상한 모양의 모딜리아니(Modigliani),
자신들의 기억(Memory),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Miss), 그리고 중간에 흘러나오는 모차르트(Mozart) 심포니 25번 G단조까지.

수없이 많은 M이 나왔다가, 사라진다.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영화의 기법과 구성자체도 어지럽다.
마그리트의 풍경과 모딜리아니의 인물,
듀안마이클의 연속사진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애드거 앨런 포의 빛과 어둠의 구현.
영화속 극장안에서의 모습은 1993년 김혜수, 송영창 주연의 '첫사랑'의 장면 이다. 

수많은 페이드 인·아웃 속에서 분석하려는 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미지의 과잉 뿐 이다.
이명세 감독은 이 영화를 이해를 하려고 하지 마라고 했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m의 의미를 찾아나서게 된다.






M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각자가 M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M은 뮤즈(Muse)를 뜻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 뮤즈.
현실과 이상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주인공 민우는 이명세 감독 자신인 것 이다.

대중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서 쓰레기글을 써야 하는 작금의 모습들.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이러한 자기 자신, 관객을 풍자의 대상으로 올려놓는다.


"More specific, Less poetic"


제임스 조이스처럼 일주일 단 한문장을 쓰더라도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기억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 날 하늘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아니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나는 오직 당신만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기억.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잃어버린 그 무언가의 기억. 그곳에는 근원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어떠한 슬픔이 있다.
찍찍이 카세트 테이프 처럼 구간반복이라도 하고 싶지만, 기억은 원본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다.
오히려, 기억을 재생시키는 주체에 의해서 변형되고, 조작을 하고 만다.
남는 것은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게 들리는 이미지 뿐.



 



살아가다 보면 가끔 뭔가를 잃어 버릴때가 있다. 가장 아끼는 소중한 것도 사소한 장난처럼 그리곤
어느새 망각의 깊은 지층속에 깨끗히
묻어버린다. 삶은 그런것이다.
그러나, 그 잃어 버린 것은 우연처럼 되돌아와 거대한 바다를 뒤엎는 해일처럼 한순간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의 m.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