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는 없는 뉴스2010. 8. 20. 08:00

미국은 분명 최강대국이다.
법률 시스템 전반에 있어서도 최강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최첨단의 제도를 가지고 있고,
시대의 명판결을 만들어 낸 뛰어난 판사와 변호사들이 넘쳐나는 등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이 좋은 나라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몇 일 전, 미국판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이라고 보도된 그레고리 테일러.
그는 배고파 교회에서 빵을 훔치다가 '25년형'을 선고받는다.
미국의 3진아웃제도로 인한 것으로, 13년동안이나 복역을 하였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미국은 좋은 나라가 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형벌 시스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따라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땅이 넓고, 많고 다양한 인종을 통제해야 되는 미국의 기본 상황 자체가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점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의 형이 현재 너무 약한 상태이고, 이를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형을 어느정도까지 올려야 하는 것 일까?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강력처벌의 주장들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 것 일까?



미국 사법제도에 대한 착각

미국 형사사법제도에서 가장 배울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법위에 평등' 하다는 점 이다.
물론, 미국도 유전무죄-무전유죄에 가까운 판결들이 많지만,
적어도 증거가 명확한 경우에는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빠져나오기 힘들다.
우리나라 처럼 위장전입을 서민이 하면 처벌받고, 고위층이 하면 사과하고 끝나는 경우는 적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형사사법제도. 그 중 형사정책 부분에서 미국은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미국은 보다 많은 사람을, 보다 오래 가두는 대량장기구금정책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존 디유리오(DiIulio), 월터스(Walters) 등 같은 학자의 논문결과,
"가두어 놓는 동안에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한다' 는 논리를 토대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강력처벌' 하겠다고 떠들었고, 언론들도 자극적인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더욱 강하게"를 외쳤다.

그렇게 시작된 대량장기구금 정책의 결과는 참혹스러웠다.
전체적으로 범죄발생율은 완만하게 약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강력사건에 있어서는 줄기는 커녕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지역적으로 강력한 형벌정책, 구금정책을 시행했던 뉴올리언스주 같은 경우에는 범죄가 5배가 느는 결과도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대통령 후보자로 나오기도 했던 상원의원 필그램.
그는 '재판관들은 도둑을 자유방면하지 말라' 라는 뉴욕타임즈에 기고문에서 볼 수 있듯이
작은 사건에 있어서도 관대한 판결이 아닌 강력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에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범죄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한 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이다.

예를 들어서, 배가 고파서 빵을 훔친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었지만 더욱 배가 고파진 그 아들과 딸들이
아버지를 대신한다는 것 이다.
또한, 교도소가 지금처럼 가두기만 하는 '구금' 역할밖에 하지 못할 때는
교화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만 된 상태로 사회에 나오게 되는 것 이다.

현실은 이렇지만 여전히 이성을 차리지 못하고,
대중의 분노를 이용한 정치인과 언론들의 인기영합적인 발언으로 더욱 악화만 되어갔다.
구금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교도소 유지 비용이 일반 복지비용과 맞먹는 일이 발생하였고,
심지어는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자 '민간 교도소'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회적 불평등, 빈곤, 교육격차, 실업 등 예방적 대책은 소홀히 하고 사후적 처벌 대책만 매달린 미국의 형사정책의 실패는
예견이 충분히 가능한 것 이었다. 물론, 유토피아적으로 '예방'에만 몰두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양자를 균형있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미국은 이 균형점을 맞추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카나한 판사는 민간 소년원에 아이를 보낼때마다 돈을 받았다.
결국 그의 재판에서 아이들은 모두 유죄판결을 받고 소년원으로 가야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에서 좋은 점은 안 배우고, 나쁜 점만 배워오는 형국이다.
작고 우수한 인재가 많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빈부격차, 교육격차는 사상 최대로 가고 있고, 이제는 의료격차까지 나려고 한다.
여기에 점차 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년 강력범죄의 증가는 사회치안의 가장 큰 적신호 이다.

정치인들은 립서비스하기에 바쁘고, 언론들은 이를 국면전환용으로만 쓰고 있다. 
실패는 했지만, 미국은 적어도 엄벌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모든 범죄에 대해서 엄청나게 형을 강화했다.
반면에 우리는 입으로만 떠들고 있다. 예산-인력도 확보하지 않았는데 뭘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미국이 예방대책과 사후대책을 균형점을 맞추는 것에 실패했다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둘다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이쯤되면 의문이 당연히 들 수 밖에 없다.
cctv니, 전자팔찌니 이런 것들만 만들고 제대로 운영하는 인력이 없는 것을 보면
이것이 과연 범죄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특정회사를 위한 것 일까? 하는 유치한 음모론까지 생각난다.


무엇보다 대중들의 분노가 진짜 분노일까? 
그 진정성이 의문시 된다. 정치인들처럼 인터넷에서만 '입'만 열고 있지, 아무 행동도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몇 일 전, 딸아이에게 몹쓸 짓을 한 아버지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판사는 집행유예를 내려 아버지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람들은 판사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이 사건에 당신도 분노한다면, 한가지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세금을 더 내기를 싫어한다. 그리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교도소가 당신 집 주변에 증설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피해자를 위한 복지시설도 마찬가지 이다. 
피해아동이 받을 수 있는 지원대책도, 지원 시설도 없다. 

이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