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회2010. 6. 28. 15:00
의료민영화.

의료 민영화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고유의 정책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2004년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송도 등의 경제 자유 구역 안에 외국계 영리 병원이 개설과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고,
2005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말했던 것 처럼 이런 영리병원 논의도 부정하면 좋겠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부정을 하지 않고, 보완책마저 해체시키고 민영성를 강조하는 등 더욱 가속화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영리 병원 정책추진은 촛불집회 시위에 놀라서 '당연지정제도의 완화나 폐지'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수면 밑에서 조용하게 이야기만 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말을 바꾸어서 밀어붙일지 모를 일이다. 
촛불집회를 보고 반성했다는 사람들이 '촛불 반성하라' 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의료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 영화 식코의 예인 미국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영화를 넘어서 미국 의료민영화의 끔찍한 실체를 보여주는 '폭스 대 헬스넷' 판결을 통해 의료민영화의 허구성을 살펴보자.







Fox v. Health.Net  Case


세 딸의 어머니인 넬린 폭스 . 1991년 그녀는 암판정을 받고, 몇 차례의 검사와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항암치료도 시작했지만 수술이나 화학요법 모두 너무 늦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암이 이미 골수로 전이되어 있었다.

주치의는 그에게 골수의식을 권유했다. 골수이식을 받으면 암이 완치될 가능성도 있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생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았다.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우선 보험약관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골수이식 수술은 보험적용 대상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다만, 약관에는 실험적이거나 시험단계에 있는 어떤 시술도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결국, 건강관리기관(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HMO)은 골수이식 수술의 승인 요청을 거절했다.
이 수술은 '실험적'이고 '시험단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계약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을 늘어놓았다.
주치의도 말을 바꾸어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받으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것을 계기로 시작된, '폭스 대 헬스넷Fox v. Health.Net'  소송.

관리의료 시스템을 채택한 의료보험 회사에 특정한 시술을 승인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중요한 결정이었다.
그 결정으로 가입자의 건강을 지켜 주어야 할 보험회사의 비인간적인 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중 재판을 위해서 넬린의 변호사인 히플러가 건강관리기관의 내부의 일을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보험회사이자 의료 서비스 제공기관인 건강관리기관은
다른 전문의나 전문적인 병원의 접근을 제한하는 보험계약을 판매했다.


둘째, 건강관리기관은 제한된 범위의 의사들을 채용하고 있었다.
즉, 비용을 낮추고자 능력 없고 실수가 많은 의사를 고용하였다.


셋째, 1차 진료의사들을 이용해서 전문의나 전문병원에 가는 것을 제한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었다.
여기에 연말에 진료의사가 전문의에게 위탁한 환자의 수가 일정 수 이하인 경우에만 보너스를 지급하였다.

넷째, 건강관리기관에 소속된 의사들은 보험회사의 규정을 지켜야 했으며 비용을 절감하거나
보험금을 예산 범위에 한정시키는 데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받고 있었다.
즉, 쉽게 말해서 의사들은 보험회사의 계약에 따라서, 진료-검사를 덜 받게 하면 할수록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하였다.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보험회사는 자신이 속한 병원에는 최대한 싸꾸려 의사를 고용하면서도,
환자를 더 좋은 병원이나 시설에 있는 곳으로 보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의사가 환자를 전문병원에 가지 않게 하거나, 진료를 덜 받게 할수록 보너스와 인센티브를 제공하였다.

이런 환경에서 의사들은 당연히 양심보다는 돈을 선택하였다




재판은 어떻게 되었을까?
배심원단은 폭스가족이 입은 실제 피해액은 1210만달러로 산정했다. 여기에 헬스넷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재정상태를 증언했음에도
 무려 징벌적 배상금으로 7,700만 달러로 평결했다.

당시 배심원이 내린 총 8,910만 달러의 손해배상액은
1978년 '그림쇼유대 포드 자동차 Grimshaw v.Ford Moter Co' 사건에서 이래에
최고의 액수였다.

물론, 이와 같은 판결에 대해서 배심원들의 '비논리적이고 순전히 감정에 따른 결정' 이라는 비판과 함께
사회에서 각종 논쟁이 일어났다. 이와 같은 판결은 의료보험 체계를 파산으로 몰고 간다는 주장이다.

결국, 보험회사와 폭스가족은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손해배상액에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수십억을 받았다고 해도 무슨 소용일까? 그녀는 소송이 시작하기도 전에 다른 세상으로 떠나버렸다.





생명의 가치


의료 비용이 계속적으로 상승을 하는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실제 진료에 따라서 비용을 지급하는 시스템에서 의료기관이나 의사들은 과다 진료는 물론 각종 복잡한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이들에게는 진료비를 낮출 특별한 동기가 없다. 
의료기술의 놀라운 발전도 원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최신 기술이라면 무엇이라도 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진료비 상승에 특유한 원인에는 변
호사들도 한몫을 했다. 의료 과실 때문에 생긴 엄청난 액수의 배상판결로
의료과실 보험료는 상승했고, 이는 환자들에게 당연히
전가되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손' 이 제대로 작용한다면 큰 혜택을 보겠지만, 의료분야에서는 사실상 경쟁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의료분야는 시장 진입이 어렵고, 수요 자체도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수요자와 공급자가 가지는 정보의 비대칭성 상황에서
사실상 수요자는 공급자가 시키는데로 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의료시장은 대표적인 '시장 실패(market failure)' 분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민영화를 가격 경쟁력 향상과 보다 나은 복지서비스라 말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넬린 판결에서 보았듯이, 분명 보험사가 사람 개개인에게 '생명의 가치'를 평가하고 
'저급' '중급' '상급' 에 따라서 의료서비스는 달리 적용할 것인데 말이다.




                                 ▲ 미국 부통령과 각종 현안 논의를 위해 만난 모습






다시 이번에 한-미 FTA 논의가 되고 있다. 
아직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분명 각종 분야의 민영화 요구 흐름과 더불어 의료민영화 움직임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경쟁을 통한 더 나은 의료 라는 달콤한 말처럼, 보험료는 저렴해지면서 의료보장은 높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광고문구처럼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싸고 질 좋은 의료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