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는 없는 뉴스2010. 9. 24. 07:30

며칠 전, 동네에 새로 생긴 대형 슈퍼마켓(SSM)에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들렀습니다.
아이스크림 한 개 가격은 다른 곳보다 비쌌지만, 1+1 행사를 한다고 적혀 있어서 바로 계산대로 가져갔습니다.

"손님, 이것은 1+1 이 아닙니다."
"밑에 견출지에 분명 행사 중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 그건 ㅁㅁ 아이스크림만 해당합니다"

제자리에 갖다 놓기도 조금 민망해서, 결국 구매를 했습니다.



이제는 아이스크림에서 가격을 볼 수 없다, 왜 그럴까? 
 



이제는 아이스크림 권장소비자가격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슈퍼에서는 견출지를 이용해 덕지덕지 붙였고
좁은 자리에 워낙 많은 가격표와 행사표가 걸려 있다 보니 '혼란' 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아이스크림 자체 가격 표시가 사라진 것 일까요? 그것은 바로 오픈프라이스 제도 때문입니다.


오픈프라이스란?

권장소비자가격제와는 달리 최종 판매업자가 판매가를 표시하는 제도로, 실제 판매가보다 부풀려 소비자가격을
표시한 뒤 할인해 주는 기존의 할인판매의 폐단을 근절시키기 위해 소비자가격을 제조업체가 아닌
대리점 등 유통업체가 표시하도록 한 것 입니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쉽게 말해서, 상품에서 가격표시를 지우고 슈퍼마켓 주인이 가격을 정해서 표시하는 것 입니다.
이번에 추가된 대표적인 것들은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이 있습니다.


2010년 7월 1일 부터,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고 가격 인하를 유도,
제조업체가 유통과정에서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여 불공정 거래를 막겠다는 거창한 목적을 내세우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오픈프라이스 확대 시행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실패로 보입니다.
제조업체는 시행되기 직전에 가격을 마구 올렸고,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담합을 한 것 처럼 동일해졌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경쟁자가 없는 곳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곳도 있었습니다.

특히 소형 슈퍼마켓에서는 수많은 아이스크림 종류들의 가격표를 붙여놓지 않고 있습니다. 
바코드를 찍기 전까지는 가격을 알 수 없게 된 것 입니다. 가격을 부풀리고 기존의 할인판매의 폐단을 막겠다고 하였지만,
여전히 50% 할인 판매문구는 붙여져 있습니다.




이제는 과자와 음료수를 g과 ml 로 가격비교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내 귀에는 이제 g과 ml 가격까지 알아서 챙기라는 것으로 들리는 이유는 뭘까?



똑똑한 소비자, 적극적인 소비자가 되라는 정부와 언론들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정부와 언론에서는 '똑똑한 소비자' 가 되라고 말합니다.
한국 소비자원 홈페이지(http://price.tgate.or.kr/index.jsp) 에서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스마트폰이 있으면 가격비교 어플을 통해서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행이후 가격분석 기사는 더욱 가관 입니다.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비교하더니 "많이 저렴해졌다" 라고 자화자찬 입니다.
하지만, 대형마트 아이스크림은 원래 50% 세일하는 소형마트 보다 비쌌습니다.
더 많이 달라진 것은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가게들의 가격 인상 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 스마트폰으로 가격비교를 한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저가의 식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품 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지금 먹고 싶어하는데 이를 가격비교해서 찾아서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기존의 양복이나 가전제품 같은 것 이라면 모를까,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려고 차타고 대형 마트에 가는 바보는 없습니다.
가격표는 사라지고, 업체에서는 용량 속이는 것 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습니다.

"실패로 돌아간다고 하여도, 정책의 실패라기 보다는 시장의 실패로 보아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소형 슈퍼마켓 아이스크림 가격표 제대로 붙여져 있는지 여부를 하나하나 어떻게 점검할까요?
쇠고기 수입하면서 원산지 점검을 철저히 하겠다고 하던 말이 떠오르는 날 입니다.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