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2011. 2. 7. 07:30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
중간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전원 끄기 버튼을 눌러버렸다.

"뭐, 이런 비현실적인 영화가 다 있어? 진짜 재미없다" 

여자친구들의 추천을 받아서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감상을 하였다고 하지만,
영화 자체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이유를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변은 놀라웠다. 


"정말 재미있던데....(중략) 뭐가 비현실적이야? 니가 보는 영화보다는 훨씬 현실적이지."






나이 많은 노처녀, 예쁘지도 예절바르지도 않다. 담배까지 핀다.
그런 여자가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자들에게 인기까지 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설정인가? 여자들의 환상을 만족시키기 위한 영화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더 비현실적이다. 

평상시에 여성을 위하는 마음이 가득하다고 생각하였지만,
마음 깊은 속에 있는 남자중심판단은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가슴 찡하게 보았던 영화에서 여성들은 절세 미녀, 반면에 남자들은 못생겼거나 뭔가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다.






엽기적인 그녀. 차태현씨를 실제로 보면 잘생겼을지는 몰라도,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은 평범한 캐릭터 그 자체다. 
반면에 생머리의 그녀는 눈부시다. 엽기적인 그녀가 용서받을 수 있는 이유는 전지현이기 때문이다. 
천방지축 캐릭터 그녀도 사실은 마음이 여린 여자다. 

며칠 전에 소개한 영화 m, 여자 주인공은 이연희의 모습은 순수의 결정체 이다. 
영화에서 이연희 연기가 어설프다, 어색하다는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은 감독의 명백한 의도라 보여진다.
남자의 첫사랑은 어설프고, 어색한 모습, 수동적인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  

설날 특선영화로 방영되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 도 마찬가지이다.
엄태웅은 자신이 바람을 피고 나서도, 오히려 상대방에게 죄를 뒤집어 쒸우는 악질이다.
그렇지만, 여자는 다시 만나서도 이 남자에게 기회(?)를 주는 마음 넓은 사람이다.

만약, 반대로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서 남자에게 화내는 상황이었다면
과연 나는 영화를 끝까지 보았을까?







정말 재미있게 본 로맨스 영화 중에 하나로 뽑을 수 있는 것은 야수와 미녀이다.
신민아라는 배우를 알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앞을 못 보는 여자친구를 위하여 손발이 되었던 류승범.
그는 자신의 못 생긴 외모를 숨기고, 대신 잘생긴 친구를 외모로 속여왔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수술을 통해서 눈을 뜨게 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코믹멜로이다.

물론, 여기서도 여자 주인공은 너무나 귀엽고, 아름답고, 착하다.
남자의 무능력과 못생긴 외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파이란에서는 이런 모습이 절정에 달한다.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다. 차마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한 영혼이다.
하지만, 착한 일이라는 해본 적도 없는 삼류 인생 강재를 사랑한다.
쓰레기 보다 못한 강재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친절하다' 라는 것 이다.

살아 오면서 한번도 마초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도 이 영화들을 보면서 눈물 흘린다. 아니, 꺽꺽 울음을 토해낸다.
삼류, 아니 사류 인생을 살았던 사람에게도 용서받는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가식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나에게 '고맙다' 며 손 내밀던 그녀가 그립다.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