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회2010. 7. 7. 07:30
대학시절. 항상 돈이 없어 고심하던 선배가 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자면서 일을 하고 공부하는 강행군을 했지만, 휴학과 복학을 반복해야 했다.
등록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지만, 가족의 생활비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그 선배가 까마득한 후배인 내게 와서 말했다.
"집에 일이 생겼는데, 돈 좀 빌려줄 수 있겠니?"

믿을 수 있는 선배였기에 바로 돈을 융통해주었고, 나중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은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주었다.

선배는 체면 불구하고 굳이 한참 후배인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까?

선배의 아버지는 대기업 이사까지 지냈지만, 퇴사후에 창업한 사업이 기울면서 가족 모두가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했다. 
은행은 물론, 친척·친구 어느 하나 빌려주지 않은 것 이다. 



                                      ▲ 도심 번화가에 위치한 제 2 금융권 모습




대출광고에 부정적인 반응을 넘어서,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런 지나친 반응은 쉽사리 이해하기가 힘들다.

우선, 은행과 대출업체가 다른 점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은행은 대출,대부업체보다 더 지독하다.
대기업에는 저금리로 돈을 만반에 준비하고 있는 은행들이, 서민들에게는 돈없다고 다른 곳에 가라고 한다.
2~4% 밖에 안되는 예금이자에도. 착실하게 예금을 해 왔던 고객이라도 신용대출을 할려고 하면 이자율은 마구 치솟는다.
그러면서, 은행 임원, 직원끼리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 부도가 나면 '공적 자금' 이라는
희한한 명목으로 서민들이 돈을 빼앗아 가기 까지 한다.
설사 대출을 해주었어도,  돈을 갚지 않으면 귀찮은 절차 필요없이 '신용불량' 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된다. 
그것으로 그 사람은 끝이다. 

결국 가장 궁극적인 차이는 이자율에 있다. 
대출업계의 이자가 매우 높기 때문에, 사실상 갚을 수가 없다는 것 이다. 
그래서 결국 제 2,3 금융권 대출 = 인생 파멸 이라는 논리이다. 

이런 논리로 대출광고를 반대한다면 묻고 싶다. 


'당신이 돈 빌려줄 것 인가?'


그렇다.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기에 찾아간 것이지 정상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면 누가 대부업계로 가나? 
대출업계 나쁘다는 것은 요즘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대출업계 나쁘다. 하지만 아무도 돈을 빌려 주지 않는다. 나쁜 대출업계지만 돈이 지금 정말 필요하다.

선배의 경우에는 '수술비' 였다. 
선배에게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과연 선배는 대부업계의 대출을 받지 않았을까? 
2,3 금융권으로 가는 사람들도 이미 알면서 간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사람 거의 없다.
결코 빚을 다 갚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노예가 되기를 스스로 선택한다. 
노예가 되더라도 꼭 빌려야 하는 돈. 세상 사람들이 모두 외면했지만, 대출업계에서 손을 내밀어 준 것이다.








간혹 정말 이런 곳인 줄 하나도 모르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법추심의 문제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보다 '대출 광고'에 대한 논의를 오픈해서 이야기 해야 하지 않나? 

암흑에만 있던 대출업계가 제도권안으로 들어와서 '법의 적용'을 받겠다고 하는데, 
환영할 일이지, 이를 만류할 이유가 없다. 

다만, 광고에 있어서 부적합 내용은 없는지 - 추심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엄격하게 심사하면 되는 일이다. 
제2 금융권에 가야 할 사람이 제 4 금융권에 가지 않도록 더욱 알려야 하는 일 아닌가?
성 문제를 성교육 안하고 쉬쉬하면 상황이 나아지나?

난립하고 있는 수많은 무허가 대출업체, 법의 심판을 피해가고 있는 이들 업체를 비판해야지
제도권안으로 들어온 업체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은행 카드 광고는 왜 비판하지 않을까? 뻔히 능력없는 것을 알면서 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발급해주는데? 
커피 광고는 괜찮나?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다 알지 않나? 외국 아이들이니 괜찮은 것인가?
아이들의 피눈물로 만들어진 커피를 중후한 커피향이라고 말하는 광고 멘트가 나올 때마다 난 구역질이 난다. 

아파트 광고는 이해가 가나? 세입자가 건설사가 고용한 용역업체(?)에 온갖 일을 당하지만, 경찰은 출동하지 않는다. 
이것이 용산사건의 시초이다. 

겉만 합법적이고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점에서 모두 똑같은데, 왜 대출광고만 안될까?







연예인이 대출광고에 나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출 조건 및 이율, 약관등이 광고에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각종 무허가 업체의 광고를 막고, 추심과정에서 문제가 없도록 더욱 논의를 해야 할 것 이다. 
저소득층,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여건 개선 및 법률 개선은 도외시 한 채,

무작정 '대출광고 나뻐' 가 지금 온갖 업체가 난립한 현실에서 무슨 도움이 될까? 

나이키 신발을 신고, 미쓰비시 볼펜을 쓰고, 스타벅스 커피와 코카콜라를 마신다.  
비달사순의 샴푸로 머리를 감고, 삼성 테크윈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정의로운 사람이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누구에게도 돈을 빌리지 못해서 '대부업계'로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