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회2010. 9. 3. 07:30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힘들어서 놀이터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어둠의 무리(?)들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여고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포스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깻잎머리 여학생, 침을 찍찍 뱉으면서 오는 여학생,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진한 화장을 한 학생, 교복치마가 완전 초미니스커트 였던 학생 등등
한 눈에 봐도 문제학생(?)들 같았습니다.

단체로 온 여학생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그 중 몇몇은 근처 화장실로 갔습니다.






학생들을 훈계하기에는 너무 쪽수가 많았고 ^^;;, 신고를 할까 고민도 들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놀고 있는데, 담배를 피는 모습이 너무 좋지 않아 보였죠.

그런데, 화장실에 갔던 학생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학생이 펑펑 울더군요. 

정말 서럽게 울다보니, 놀이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시선이 그 학생에게 집중되었습니다. 
담배를 피는 모습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저도  
계속 우는 모습을 보니 사연이 궁금하기도 하고.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금방 자리를 뜨더군요.
여고생들이 있던 자리에 가보니, 담배꽁초와 침.....그리고 막대기와 작은 박스가 보이더군요...

그 막대기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임신테스터기 였습니다...막대기를 봐서는 몰랐는데, 박스 겉표지에 써있는 것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요즘 여고생들이 실태는 언론을 통해서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목격해보니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다.
아이를 방치할 것 인가, 아이를 보살펴 줄 것 인가..



청소년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그 중에서 '청소년들의 임신' 도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처방법은 한결같이 동일합니다. 인권위에서는 미혼모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권고를 했지만,
학교에서는 위신을 떨어뜨린다며 무조건 쫓아내고만 있습니다.
사전대책도 마땅치 않고, 아이와 학생을 위한 사후대책도 전무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지우거나, 낳는다면 고아원으로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해외로 아이를 보내어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중국을 항상 비웃지만, 우리는 아이를 지우는 것이나 수출하는 것에서 중국과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청소년 임신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점 것이죠.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 마다, "지들 잘못을 사회가 왜 책임지냐? 차별 당해도 싸다" 는 식의
글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갖 단어를 이용하여, 여학생을 비난하고 조롱하기에 바쁩니다.

그렇게 아이는 지워지거나 고아원으로, 아니면 해외로 보내집니다.
김길태에게 그토록 분노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길에서 태어나는 제2, 제3의 길태가 나오는 것에는 아무 문제의식을 못 느낍니다.


청소년 임신에 학생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후회로 슬프게 눈물 흘리는 학생에게 손 한번 내밀지 못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삭막한 것 입니다.
무엇보다 '아기'는 무슨 잘못일까요? 아기가 자라면서 과연 이 사회를 따뜻하게 바라봐 줄까요?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