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계약은 계약을 하자는 요청인 '청약' 과 이에 동의하는 '승낙'으로 구성됩니다. (낙성계약)
어떤 형식이나 절차, 서류에 상관없이 '구두'로써도 계약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밥 한번 살께' 라는 흔한 말도 '계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

기본적으로 청약과 승낙이 있었다면 자발적 약속도 '법적 책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계약서'가 있어야 계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단지 향후 분쟁을 대비해서 내용을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반드시 계약서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계약서를 항시 작성하는 것이 좋은 습관 입니다.)

여기서 '도덕적 책임' 과 '법적 책임'을 구분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서, 축의금을 10만원을 냈는데 상대방이 3만원을 냈다고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을 것 입니다. 
또, 어려우면 찾아오라는 친형의 말을 듣고 찾아갔는데 한푼도 주지 않는다고 소송을  걸 수 없습니다.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의 구별기준

약속의 계기, 내용의 적정성, 당사자간의 관계, 재산, 환경, 신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 판단합니다.
당사자의 의사가 법적인 책임을 발생시키는 것을 의도한 것인지, 단지 단순한 약속에 불과한 것인지
신의성실의 원칙 및 공평이 원칙 등을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될 수 있을 것 입니다.

'밥을 산다' 는 말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약속입니다.
때문에 밥을 사지 않는다고 상대방이 소송을 할 수는 없는 도덕적 책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밥을 사고나서  법적으로 상대방에게 밥값을 분담하자고 말할 수 없습니다.
밥을 산다는 이행청구의 단계에서는 법 밖의 도덕적 범위에 속하겠지만,
일단 이행을 하고 나온 결과는 법적 공간에 속하기 때문 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상황에 따라 '밥을 산다' 고 했지만 상대방에게 밥값 분담을 요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 입니다. 
밥을 산다고 말한 월 120만원을 받는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들과 고급 음식점에서 
술을 만취하여 먹다가 총액이 300만원이 넘은 경우에는
통상 예상할 수 없는 사정-수준이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가격 분담을 법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는 판단 입니다.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의 관계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일치하기도 하고,
도덕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는 경우도, 반대로 법적 책임은 있지만 도덕적 책임은 없는 경우도 있을 것 입니다.

아버지가 친자식들을 제대로 양육하지도 않고, 집을 나가서 다른 여자 가족들과 살았는데
20년 뒤에 늙어서 친자식들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참조 판례(2005느단140)

친족관계의 부양의무는 혈연관계에 기초한 부양의 도덕적 의무를 가족법상의 의무로 규정한 것으로서
국민의 국가에 대한 기본적 권리인 생존권을 대체하는 것이므로, 노부모가 과거에 미성숙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나 부양권리자가 그 도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그 존부가 달라질 것은 아니고,
이는 부양의 정도나 방법을 정하면서 참작함에 그치는 것이다.

미성숙 자녀들에 대한 양육책임을 다하지 아니하고 20여 년간 다른 여자 및 그 자식과 함께 살던
아버지가 노쇠하고 병들어
자녀들에게 부양료를 청구한 경우에도 친족관계의 부양의무가 존재한다고 한 사례.




이와 같은 판단은 자식들에게는 사실상 아버지에게 '도덕적 책임'은 없지만 '법적 책임'은 있다고 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천안함 관련해서 보상금 및 연금이 나오자, 낳고 나서 한번도 자식을 찾지 않고 다른 남자와 살던 어머니가 당당하게 권리를
되찾겠다면서 지급청구를 하였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였고, 현재 소송 진행 중 입니다. 

하지만, 판례를 보았듯이 친어머니에게 권리를 인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어느정도 인정될 것인가는 관건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겠죠.   

부디 앞으로는 도덕적 책임이 보다 중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오기를 기원해봅니다.

Posted by 눠한왕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