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는 없는 뉴스2011. 1. 21. 07:30

독설. 동양에서 독설로 유명한 인물은 '예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그는 원래 학식 높은, 지조있는 선비였지만 조조와의 만남 이후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조조의 속마음을 한번에 꿰뚫어 본 예형. 이상,학문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시작된 독설은 
조조 뿐 만 아니라, 그의 수하들까지도 움찔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을 북치기를 시키자, 속옷하나 입지 않은 알몸으로 나와서 조롱하는가 하면
그들 곁을 지나갈 때면, 큰소리로 곡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따위 참새나 쥐새끼 같은 자 때문에 피를 봐야 하겠습니까?" 조조의 모사인 순욱의 말에 예형은 이렇게 답을 하였습니다.


"나는 참새나 쥐 같아도 사람의 본성은 잃지 않았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성(人性)마저 잃었으니 뒷간의 구더기라고 해야 할 것 이다!"






서양의 독설가로는 디오게네스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생전에 사람들로부터 '개같은 철학자' '로 불리기도 합니다.
알렉산더대왕과의 만남은 그의 너무나 유명한 일화 입니다.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는 디오게네스를 직접 찾아간 알렉산더 대왕.

"나는 알렉산더 대왕 이다. 그대는 왜 불러도 나오지 않는가?"
"나는 개 같은 디오게네스요"
"내가 무섭지도 않은가?"
"그대는 착한 자인가?"
"그렇다"
"착한 자를 내가 무엇 때문에 두려워 하겠는가?"
"디오게네스, 그대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보아라"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 주었으면 하네"




말이나 글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들,
일명 독설가들은 역사적으로 항상 권력자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습니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들의 말은 지배층의 위선과 거짓을 폭로했고,
저항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열한 권력자 대부분은 그들을 힘으로 제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독설은 부정한 정권에 대한 힘없는 문인들의 최후의 비판이자 저항의 수단이었습니다. 






최근 정치권의 막말과 폭로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언론들의 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대통령에게 '거짓말쟁이, 위선자' 라는 말을 금지하고 있다는 예도 들고 있습니다. 

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요?
이전 정권에서는 자발적으로 온갖 막말과 무의미한 비난을 쏟아내던 언론들이 왜 지금은 침묵을 강요하는 것일까요? 

'그때도 그랬으니' 피장파장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독설을 위한 독설이 정당화 된다는 말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하려고 하여도 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리투표가, 4대강이, 대포폰이, 각종 비리가 별 문제없이 지나가는 모습들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미국 하원에서 '거짓말쟁이, 위선자'라는 말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미국에서 거짓말과 불법이 드러난 정치인이 과연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계속 거짓말을 하는 피노키오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저는 독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비판을 할 수 있는 독설이 그립습니다.
지금도 글을 혹시 부적절하게 표현했는지, 노심초사 글을 점검하는 겁쟁이인 저를 보면서.....



Posted by 눠한왕궤